"피고인은 옷이 그것밖에 없어요?"…요즘도 '갑질 판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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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복장 지적에 이어 인격성 훈계
사생활 시시콜콜 따져 묻거나 타박하고,
재판장 심증에 따라 증인신문 유도하기도
“편견에 따른 재판 의심, 신뢰성 저하돼”
“피고인, 오늘 무슨 날이에요?”(판사)
“오늘요? 아, 오늘은 화요일입니다.”(피고인)
“오늘은 판결 선고 받는 날 아니에요? 피고인으로서 그런 복장을 하고 법원에 오는 것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본 적은 있어요?”(판사)
지난 봄, 서울의 한 형사법정에서 판결선고일에 판사와 피고인 사이에서 오간 대화다. 이날 피고인은 노란색 캐릭터가 그려진 남색 티셔츠를 입고 법원에 왔다. 방청석에 앉아있던 피고인이 선고를 듣기 위해 피고인석으로 나오자 판사는 뜬금없는 날짜 질문을 한 뒤 “피고인은 옷이 그것밖에 없느냐”며 피고인의 복장을 타박했다.
해당 피고인은 재판 과정에서 어린 시절부터 겪어온 경제적 어려움을 참작해 달라고 말했던 사람이다. 피고인이 “제가 가진 옷이 하나 더 있긴 하지만 이 복장과 비슷하다”고 답하자, 판사는 “앞으로는 마음 자세를 바로잡고 성실하게 살라”는 인격적 훈계까지 한 뒤에야 판결을 선고했다.
판사는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법권을 법과 양심에 따라 행사한다. 판사들 스스로 만든 ‘법관윤리강령’은 판사가 ‘민주적 기본질서와 법치주의 확립’이라는 사명을 다하려면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아야 하고, 그 방법으로 “당사자와 대리인 등 소송관계인을 친절하고 정중하게 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의 법정에서는 ‘갑질 판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개인사를 불필요하게 캐묻거나 따지는 경우도 있었다. 한 피고인은 서울에 살면서 사업상 이유로 제주도에도 거주지를 두고 있다는 이유로, “이상한 사람”이라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한 판사는 이 피고인에게 “피고인은 결혼을 했나? 결혼도 안 한 사람이 집을 왜 두 채나 갖고 있나? 돈도 많이 드는데 이상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이 판사는 다른 피고인에게는 서류를 받아볼 주소를 확인하면서 “송달이 안되는 이유가 뭔가? 혼자 사나? 처자식이 없나?”고 수차례 다그치기도 했다.
변호사들도 종종 재판부의 갑질에 대해 호소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증인신문을 하면서 판사들의 부적절한 모습을 종종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 형사 법정에서 재판장이 변호인의 신문사항 하나하나에 한숨을 쉬거나 왜 그런 질문을 하냐고 되물었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언이 나오자 재판장이 바로 다시 질문을 해서 불리한 답변이 나오도록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재판장의 심증에 따라 증인신문을 유도하려는 목적 아니냐는 것이다.
법원 조직에 깊숙이 뿌리내린 권위주의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에는 법원 경위들이 명확한 근거도 없이 재판 방청객의 팔짱, 다리꼬기, 모자 착용 등을 지적하는 행태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http://m.news.nate.com/view/20220803n15788?mid=m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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